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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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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정 (211.♡.219.233)
댓글 1건 조회 4,484회 작성일 04-11-0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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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했어요
이윤미 님/충남 부여군 신대리

나는 국어를 가르치지만 한문 선생까지 겸임하고 있다.
5교시 수업이 시작되었다. 중3이면 어떤 나이인가.
첫눈에도 호들갑을 떨고, 바람에 굴러가는 낙엽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나이 아닌가. 더군다나 공부에
눌려 잠시의 틈이라도 노려야 하는 떠꺼머리들인데---.
그날따라 왜 그렇게 날씨가 불안정하던지. 한 10년 전에 가 본 제주도 날씨를 연상
시킬 정도로 컴컴해지다가 눈발이 날리다가 바람이 불다가 해가 뜨다가 하필이면 그
 5교시 45분 동안 절정을 이루었다.
"자, 며칠 뒤에 한문 인증제 시험이 있으니 오늘은 예상 문제를 공부해 봅시다.
그러나 아이들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었다.
"선생님, 밖에 눈 와요!"
내가 명색이 문학을 공부한 국어 선생 아닌가. 아이들의 말에 눈을 돌리는 순간,
잔눈발이 살랑이는 바람에 실려 물결치고 있었다. 그러니 마음이 일렁일밖에. 그래도
 예서 한풀 꺾일 수는 없지. 나는 시치미를 떼고 계속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자-, 눈을 거두고 그 다음 글자를 보세요. 훈과 음을 달아 보겠어요."
어느새 눈발은 굵어졌다.아이들은 저 눈이 첫눈인가 아닌가를 따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떠꺼머리는 한자를 쫓고 있는 내 얼굴을 쫓고 있었다.
"석우야, 내 얼굴 보지 말고 책을 봐요,"
그러자 평소에도 문학적 감수성이 번득이는 그 녀석 왈.
"선생님, 첫눈에 반했어요."
순간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 역시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그 녀석의 넉살에
왜 그렇게 기분이 좋던지. 아이들은 이미 굳을 대로 굳은 내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데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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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won2님의 댓글

ikwon2 아이피 (61.♡.187.126) 작성일

  첫눈~그 해 처음 내리는 눈, 처음 봄, 처음시선, 첫번째 만남, 신선함, 고귀함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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